지난 한 달 동안 경기 화성시에서만 3명의 여성이 영문도 모른 채 모습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수원에 사는 20대 여대생이 3일째 연락이 두절됐다. 자칫 20년 전 시작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복사판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보고 치를 떨었던 국민들은 “또 화성이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성에서는 지난 1986년부터 6년 동안 무려 10명의 여성이 피살됐으나 단 하나의 사건을 제외하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15년이 흐른 지난해 12월부터 과거의 악몽이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 아니면…
이번 사건은 아직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비슷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실종자가 모두 여성이란 점과 수요일이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새벽에 시작됐다. 오전 3시 55분쯤 B모(45·안양시)씨가 비봉면 자안리에서 동료와 휴대전화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B씨는 이날 오전 2시쯤 군포시 금정역 인근 노래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배씨의 휴대전화를 추적한 결과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부근에서 전원이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일 뒤인 24일 새벽에는 역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P모(37·수원시)씨가 남자친구와 제부도에 갈 예정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P씨 가족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최종 위치는 4시 30분 서해안고속도로 비봉인터체인지 부근이었으며. 이후 휴대전화는 계속 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P씨의 최종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마지막 사건은 지난 3일 수요일 발생했다. 오후 5시 30분쯤 화성시 신남동 모기업 경리계장인 P모(52·군포시)가 퇴근길에 실종됐다. 경찰의 휴대전화 추적 결과 박씨의 휴대전화는 회사에서 10여㎞ 떨어진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인근에서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단서조차 못찾아 발만 동동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실종자들의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지점을 중심으로 목격자 탐문 수사에 들어가는 한편 실종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정밀 분석중이다.
현재 경찰은 실종자들 가족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오지 않았고. 행방불명된 뒤 신용카드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납치 등 여러 가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길게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혐의점을 둘 만한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단서를 제공할 실종 시각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경찰의 고민이다.
경찰은 실종된 B모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A씨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24일 실종된 P모씨와 지난 3일 이후 연락이 끊긴 P모씨의 경우도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주변 인물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어 수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성시 태안읍. 정남면 등과는 10~20㎞ 떨어져 있고. 아직 피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연쇄살인과의 연관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잇따르고 있는 부녀자 실종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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